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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닮은 존재를 만들고, 그들을 두려워하는가

2026.01.06

— 공감에서 AI로 이어지는 인간 본성에 대한 사유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에게 묘한 끌림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처음 본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정이 가고,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기우는 순간 말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아마도 우리 사이의 빈 공간을 자연스럽게 메워주는 무언가, 즉 ‘공감대’와 ‘유사성’이 작동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상에 100% 같은 사람은 없지만, 우연히 나와 닮은 생각과 감성을 지닌 이를 만났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아, 이 사람은 나와 같은 부류구나.”

이 감각은 설명보다 빠르고, 이성보다 앞섭니다.


동질감은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만들었다

이러한 동질감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힘이자, 거대한 사회를 가능하게 한 토대였습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소통을 통해 무리를 이루고, 규칙을 만들고, 신념과 가치를 공유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형성된 공감의 축적은 ‘문화’가 되었고, 나아가 ‘국가’와 ‘문명’이라는 공동체로 확장되었습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닌 존재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닮아가야 했습니다. 동질감은 곧 안정과 생존의 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강력한 힘은 언제나 양면성을 품고 있었습니다.


닮음이 강해질수록, 다름은 위협이 된다

비슷한 생각과 언어를 가진 이들끼리 모이기 시작하면서, 반대로 ‘다른 존재’는 점점 불편한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해의 바깥에 있는 것들은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경계와 배제의 대상이 되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다름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다름을 비교의 기준으로 삼고, 우열을 나누기 시작한 순간, 인간 사회는 경쟁의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동류 안에서도 끊임없이 서열을 매기고, 누가 더 우월한가를 따지며 살아남아야 하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협력과 공감은 여전히 중요했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경쟁과 불안이 함께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인간은 그 경쟁의 대상을 더 넓히고 있습니다.


인간은 이제, 인간이 아닌 존재와 자신을 비교한다

인간의 사고를 모방하고, 스스로 학습하며, 점점 더 능동적으로 판단하는 AI의 등장은 인류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이 존재는 단순한 도구가 아닙니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사고의 패턴을 학습하며, 인간의 판단을 흉내 냅니다.

우리는 AI에게 윤리와 도덕을 가르치고, 규칙과 한계를 부여하려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은 AI를 점점 더 인간과 닮은 존재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가장 인간적인 기준으로, 인간이 아닌 존재를 빚어내고 있는 셈입니다.

한때 모든 동물과 자연 위에 군림해 왔다고 믿었던 인간은, 이제 스스로를 위협할 수 있는 가장 정교한 ‘자아의 투영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다

이를 과연 ‘자승자박’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편리함과 효율을 위해 만들어낸 피조물이 언젠가 나를 뛰어넘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사실 기술 그 자체보다 인간의 내면을 더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시작된 공감의 본능,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한 기술의 진보는 이제 인간 자신을 향한 질문으로 되돌아옵니다.

우리는 어디까지 닮은 존재를 허용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닮음은 과연 공존을 향하고 있는가, 경쟁을 향하고 있는가?


결국 두려운 것은 AI가 아니라,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늘 연결 속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그 연결의 힘을 연대가 아닌 통제로, 이해가 아닌 경계로 사용해 온 것은 아닐지 돌아보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AI라는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그 안에 비친 너무도 인간적인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공감에서 시작된 사유는 결국 이렇게 질문을 남깁니다.

기술이 얼마나 발전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통해 우리는 어떤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라는 물음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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